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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에 더 당당해야 한다

Posted May. 23, 20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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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5차 남북 경협추진위원회에서 남측의 목소리가 과거 남북협상 때보다 상대적으로 컸던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 대표단이 북측의 헤아릴 수 없는 재난 폭언에 대해 강경하게 해명을 요구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 당연한 것인데도 그동안 남북협상에서 북한에 끌려만 다녔던 전력 때문에 이례적인 것으로 비치는 자체가 비정상이다.

북한에 40만t의 쌀을 지원하면서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성과라고 하겠다. 북한 당국이 지원받은 쌀을 군용()으로 빼돌린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터에 우리가 분배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북한 주민을 돕는다는 지원의 원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남북이 다같이 재난을 당하면 안 되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취지였다는 식의 애매한 북측 해명을 정부가 수용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가 협상 결렬을 불사한다는 의지까지 밝혔으면 더 구체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까지 받아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회담을 깨고 돌아오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정부가 북측 기조발언 해명에만 매달리다가 핵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것은 더 큰 문제다. 남북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번 회담은 1차적 목표에조차 접근하지 못한 셈이다. 북한의 의도적인 술수에 남측이 다시 한번 휘말린 것 같아 안타깝다.

남북이 개성공단 착공식과 경의선-동해선 연결행사를 615공동성명 3주년을 전후해 갖기로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핵문제 전개 과정에 따라 남북 경협의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해 놓고 북한과 이 같은 합의를 했으니 과연 속도조절 약속은 어디로 사라졌나. 핵문제는 놓아 둔 채 연결될 철도가 이 시점에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번 기회에 쌀과 비료 등 인도적 대북() 지원도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