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치인이 자신을 스스로 한 마리 연어라고 불렀다.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다. 그는 2년여 전 민주당이 소속 의원 네 명을 자민련에 꿔줄 때 당을 옮기면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저는 한 마리 연어가 되어 하는 충성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는 그후 연어처럼 민주당으로 되돌아왔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불렀다. 세계평화의 수호자로 가면을 쓴 악의 화신에 의해 인류문화의 발상지가 파괴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고 일갈한 그는 한술 더 떠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송 의원은 지난해 2월 부시 대통령의 방한 하루 전에도 같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아무래도 그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반미() 확신범으로 봐 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동맹국의 국가 원수를 매도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곤란하다. 연어 한 마리가 강(국내)에서 흙탕물을 튀기는 거야 참아줄 수 있다고 해도 바다(국제사회)에 나가서까지 좌충우돌하게 내버려 두면 나라 체면을 구기는 것은 물론 국익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핵무기를 갖자는 그의 분별없는 주장이 행여 한국 집권당 내에 북한 핵을 인정하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확대 해석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라는 직업에서는 말이 중요한 설득 수단이다. 그런데 그 말이 최소한의 격식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정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데는 정치인들이 예사로 쓰는 막말 탓이 클 것이다. 하긴 대통령부터 깽판 개판 쪽수라는 비속어를 입에 올리는 나라에서 국회의원의 저질 발언쯤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다가는 분노한 국민이 정치가 개판이니 정치인 쪽수를 확 줄여 버리자고 나서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말의 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말 잘하는 우리 정치인들 중에서 진실성이 담긴 말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우울하다. 영국의 명재상 윈스턴 처칠은 국가가 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못해 먹겠다고 한탄하는 대신 국민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해 나라를 구했다. 정치인들 입에서 걸핏하면 상식 이하의 내용이, 그것도 갖춰야 할 품격조차 무시한 채 쏟아지는 우리 정치판에서 처칠 같은 인물의 등장을 바라는 것은 정녕 꿈일까.
송 문 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