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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가 친자매로 보여요?

Posted June. 09, 20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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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화, 홍련에서 새엄마의 모진 학대를 받는 자매로 나온 임수정(23)과 문근영(16). 영화 속에서는 새 엄마(염정아)와 소리 지르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더니 인터뷰를 위해 모인 자리에선 시종일관 재잘대는 게 영락없는 친자매같다.

근영이가 보기보다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이야기가 아주 잘 통하죠. 제가 몸이 약해서 영화찍는 동안 고생했는데 그때마다 근영이가 옆에서 다독여줬어요.(임수정)

언니가 너무 안쓰러워보였어요. 반면에 저는 정말 튼튼하거든요. 영화 속에서 새엄마가 저를 때려 눕힌 뒤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저는 하나도 안 아팠어요. 대신 힘 없는 정아 언니가 고생 좀 했죠. 하하(문근영)

영화 장화, 홍련은 계모와 딸의 갈등을 소재로 한 고대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수미(임수정)는 계모에게 반항하며 동생 수연(문근영)을 지켜주는 배역이다. 수연은 몸과 마음이 여리고 약해 계모의 학대를 고스란히 당한다.

좀 답답했어요. 수미는 계모한테 소리도 지르지만 저는 큰 눈만 꿈뻑꿈뻑 거리며 계모의 온갖 신경질을 견뎌내거든요. 그래도 펑펑 우는 장면이 많아 속이 좀 풀렸지만.(문근영)

둘은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난다. 요즘에는 1년만 나이차가 나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데 둘은 매일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만큼 친하다.

근영이는요, 월초에는 문자를 되게 자주 보내는데 월말이 되면 뜸해져요. 문자메시지가 월 500건까지만 되는 요금제도를 쓰고 있거든요. 매일 언니, 뭐해?, 어떻게 지내하면서 살갑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오는데 참 고맙죠.(임수정)

임수정은 사실 공포영화를 싫어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를 만든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촬영 직전 모두 보았는데 유독 공포영화 쓰리만 보지 않았다.

극 중 처음으로 귀신이 나오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무서워서 혼났어요. 온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역할에 몰입하다보니 이건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임수정)

언니는 심장이 너무 약해. 저는 공포영화 되게 좋아해요. 무서워서 소리 지르고 눈을 가리면서도 끝까지 다 봐요.(문근영)

영화의 분위기는 공포스럽지만 촬영장에서는 두 사람의 장난 때문에 웃음이 끊이질 안았다고 한다. 심지어 수미 수연 자매가 새엄마를 못살게 구는 코믹 버전의 못말리는 장화 홍련을 찍자는 농담도 오갔다.

임수정은 올해 스물셋이지만 앳된 외모 때문에 그를 아직도 고등학생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KBS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이래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에서도 반항적인 여고생 역을 맡았다. 7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새 영화 ing에서도 고등학생으로 출연한다.

저도 성숙한 여인 역을 맡고 싶은데. 그래도 나이를 적게 보는 건 여배우로서 기분좋은 일이죠. 다들 젊어지고 싶어 안달이잖아요.

광주 국제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문근영은 성인이 되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으로 무전여행을 꼽았다.

23개월씩 배낭 하나 들쳐메고 산으로 들로 여행하고 싶어요. 여행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임수정에게) 언니, 나 어른되면 우리 같이 무전여행 가자!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