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향의 이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사진) 정권이 반정부 시위 확산에 이어, 핵개발 의혹이 국제사회의 심판대에 오르는 등 안팎의 도전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대()이란 정책을 놓고 강온파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란 핵협정 위반=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닷새간의 논의에 들어갔다. IAEA가 이란 핵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2월부터 5개월간 실시한 이란 핵사찰 결과에 대해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의무조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할 것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이란에 보다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사찰을 요구하는 결의안 또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거나 불시 핵 사찰을 받아들일 것을 이란에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FP 통신이 입수한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이란은 91년 중국으로부터 우라늄 1.8t을 수입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방 외교소식통들은 IAEA가 이란의 조약 위반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내 강온파 대립=미국은 대이란 정책에 있어 우선순위와 방법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콜린 파월 장관의 국무부는 이란 지도부의 개혁파와 대화를 통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의 국방부는 권위주의적 이란 정권을 뒤흔들어 약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등 온건파는 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핵협정을 모델로 핵과 경제적 지원을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 등 매파의 강력한 반대에 봉착해 무산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강경파들은 이란의 민주화와 핵개발 저지를 위해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는 다각적인 정치군사외교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의회 일각에서도 이란민주화법을 추진해 이란의 민주정권 수립에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5일 이란 내 민주화 시위에 대해 자유로운 이란을 향해 이란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민주화 시위대가 이란 내에서 미국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고립되지 않도록 지지 발언을 자제해 왔다.
이란의 이원적 권력구조=미국 정부가 대이란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는 이유 중 하나는 이란의 이원적 권력구조에도 기인한다. 행정부는 국민투표로 선출되는 대통령(4년 임기)의 지휘를 받지만 사법부는 종교지도자들이 89년에 선출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휘를 받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어서 최종적인 권한은 최고지도자에 있다.
이에 따라 개혁 개방을 추진하는 민간 지도부와 종교적 전통을 고수하려는 성직자들의 갈등으로 이란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하타미 정권을 지지해온 학생들은 개혁의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하타미 정권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어 하타미 정권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