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하는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33)은 16mm 에로비디오 감독 출신. 이 영화는 그의 충무로 데뷔작이다.
봉 감독은 자신의 누드 사진을 영화 팜플렛에 싣는 파격적 행동으로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왜 감독이 벗냐였어요. 벗으려고 벗은 건 아니고 찍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그래도 재미있지 않아요? 옷을 벗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놀라워하다니.
맛있는 섹스의 줄거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젊은 남녀가 만나자마자 섹스를 하고 동거하다가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다. 그게 전부다. 에로비디오처럼 이 영화도 줄거리는 야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구색에 불과한 것일까.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말이 안되진 않아요. 많은 이들이 에로비디오를 볼 때 야한 장면이 안 나오면 바로 빨리감기 버튼을 누르죠. 그렇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관객이 자신을 극 속에 이입시킬 수 있고 성적 환상이 더 증폭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 영화를 얼마나 야한가의 관점에서만 기대하는 것에 조금은 불만스러워 했다. 이 영화에는 맛있는 섹스뿐 아니라 그리고 사랑이 있다는 것.
초반부터 격렬한 정사장면이 나오니까 관객들은 일단 맛있는 섹스에 관심을 둡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섹스는 지루해지죠. 그때부터 관객들은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는 에로비디오 업계에서 작가주의 감독으로 불린다. 연어 이천년 귀공녀에서 줄거리와 빼어난 영상미를 선보여 감독 이름이 비디오 선택의 조건이 되기도 했다.
작가주의요? 하하. 한 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요. 다만, 요란하게 헉헉대는 영화는 싫어요. 정말 야한 게 뭔지 아세요? 절제에요. 그 이상을 상상하게 만드니까요.
그는 촬영때마다 배우의 연기를 스태프를 상대로 시연해 보인다. 이 영화 홈페이지에 실린 메이킹 필름을 보면 봉감독의 녹록치 않은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배우가 알아서 해라고 말할 순 없죠. 예전에 에로비디오 만들던 시절 설원에서 정사 장면을 찍은 적이 있어요. 배우들이 춥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감독인 내가 먼저 벗었어요.
그는 원래 연극배우였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광덕고 2학년 때부터 크고 작은 연극 무대에 섰지만 4년만에 그만 뒀다. 사투리가 심하고 외모가 출중하지 않다는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이후 돌아온 손오공 등의 영화에서 조감독을 했고 1999년 도쿄 섹스피아로 에로비디오 업계에 진출했다.
그는 앞으로도 에로 영화만 찍겠다고 했다. 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고 좀 더 솔직한 세상이 오기 바라는 마음에서.
에로영화는 우선 남들이 잘 안하고, 만들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멀리하니까 오히려 전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남이 안 하는 거 하면 재미있어요. 한 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