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1만달러의 덫에 걸려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로의 도약은커녕 지금보다 더 추락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호()의 앞날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그동안 말을 아끼던 각 분야 원로들도 우리 사회의 현실을 걱정하고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최근 잇따라 바닥을 치고 있는 경제 관련 지표에서 우선 뚜렷이 드러난다. 5월에는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의 3가지 핵심지표가 1998년 10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함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시적 경제지표의 추락보다 안으로부터 곪아 들어가는 1만달러 시대의 한국병()을 더 걱정한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갈 길은 멀고 험한데 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말든 우선 내 몫을 챙기자는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나치게 높아진 노조의 목소리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국내외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는 근로의욕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뒷다리를 잡는 잘못된 풍토는 하향 평준화를 부추기고 있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할 정치적 리더십도 낮은 수준이다.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이내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경고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최근 한국 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산업 경쟁력과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1만달러 앞에서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1만달러의 덫에서 벗어나 2만달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과 직장인들이 열심히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성장보다 사회복지에 치중했다가 실패한 80년대 유럽 모델을 한국이 따라가는 것은 맞지 않고 오히려 한국 경제를 위험하게 한다고 충고했다.
한진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노동 자본 등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기껏 매년 45%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10년 이내 2만달러대에 들어서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하지만 기업과 노동자가 모두 열심히 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