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핵무기 2발은 종류가 달랐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little boy)는 우라늄탄, 이틀 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fat man)은 플루토늄탄이었다. 플루토늄을 6kg 내장한 팻맨의 효율(efficiency)은 17%, 고농축우라늄을 60kg 담은 리틀보이의 효율은 겨우 1.3%였다. 효율이란 이론적으로 핵폭탄이 100% 폭발했을 경우에 대비해 본 실제 폭발력을 말한다. 그런데도 두 도시 상공에는 수km에 달하는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세계 최초의 핵폭탄은 무게도 엄청났다. 당시 기술로 4900kg(팻맨), 4000kg(리틀보이)에 달하는 핵폭탄을 실어 나를 운송수단은 B-29 전략폭격기가 유일했다.
그 후 핵무기는 폭발 효율의 대폭적인 향상과 소형화가 꾸준히 이뤄졌다. 운반수단 면에서도 전통적인 미사일과 공중투하방식 이외에 핵포탄, 핵어뢰, 핵지뢰, 핵배낭 등이 속속 선을 보였다. 이 중 80년대 주한미군에 배치됐다가 91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지시로 철수한 핵배낭은 핵무기 소형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핵배낭은 30kg 내외의 무게로 사람이 직접 휴대할 수 있는 크기다. 이런 추세라면 소총으로 발사하는 핵탄환이 등장할 날도 올지 모른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 소형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그래서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무기를 터뜨리려면 대형 트럭에 싣고 목표 지점까지 가야 할 거라는 농담이 오갔다. 그러나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 중이라는 며칠 전 뉴욕 타임스 보도는 이 같은 농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한국국방연구원 신성택 박사는 광복 전부터 폭약기술이 발전돼 있던 북한이 그동안 고성능 폭약제조기술을 개발해 핵무기의 부피와 중량을 대폭 줄였을 가능성 핵무기 소재가 강철에서 티타늄으로 바뀌면서 경량화가 가능해졌다는 점 격발장치의 고성능화 등으로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를 이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미국과 일본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94년에도 영변핵시설 폭격을 고려했던 미국의 선제공격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고, 일본도 핵 개발을 서두를지 모른다. 여기에 중국이 가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의 노예 신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미래는 정말로 보고 싶지 않다.
송 문 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