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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NLL 어부지리'

Posted July. 20, 200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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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장병을 악마로 지칭한 글이 A대 통일학생회 이름으로 배포돼 물의를 빚었다. 국제법상 존재하지 않는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해 북한의 무력충돌을 야기했고 동포를 무참히 살해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국방부 주선으로 서해교전 당시 NLL에서 침몰된 함정에 오른 적이 있다. 탄흔이 그대로인 채, 전투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해교전 전적비 제막식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살아남은 이희완 중위가 함장님, 못난 저만 살아남았습니다라며 오열하던 모습이 새삼 되살아났다.

NLL로 인해 우리 어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백령도와 연평도 어민들은 출어시간을 엄격하게 지키고 신고해야 한다. 또한 NLL을 중심으로 남북 2km에 이르는 완충해역은 황금어장인데도 들어갈 수 없다. 북한 선박이 NLL 2km 전방에 들어오면 남한 해군이 출격하는데, 북한 해군의 출격을 유발하지 않으려면 남한 선박도 이 수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연평도에는 53척의 꽃게잡이배가 있고 척당 연간 3억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이 지역은 어자원의 보고다.

서해 백령도 부근에 중국 어선이 500척 이상 떼를 지어 다니면서 우리 어장을 파괴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10km 이상 끝없이 펼쳐져 저인망으로, 어자원을 싹쓸이해 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NLL을 중심으로 군사 완충해역을 따라 이동한다. 남과 북, 어느 쪽도 충돌을 우려해 경비함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들은 남에서 쫓으면 북측으로, 북에서 쫓으면 남측 완충해역을 넘나들면서 조업한다. 7월이면 남북한은 꽃게 금어기로 출어하지 못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오히려 이 틈을 이용해 우리의 황금어장을 휘젓고 다닌다고 한다.

얼마 전 비무장지대(DMZ)에서 총격사건이 발발해 또다시 긴장을 고조시켰다. NLL에서 희생된 젊은 장병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 그런데 남북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대가로 중국 어선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 주변 수역 중 꽃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구역에 남북한 어민이 접근할 수 없어서 중국 어선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으니 갑갑한 노릇이다. NLL 관할권을 확보하면서도 이 주변에서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남북이 NLL을 기점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장병의 값진 희생이 악마로 매도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더 이상 없을 게 아닌가.

안 인 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

yhah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