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을 갓 넘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새 정부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국민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집권 초기 같은 시기에 조사된 전임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 지지도의 절반 수준이라니 당혹스럽다.
집권세력은 이 같은 유례 없는 결과를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국정전반에 대한 국민의 경고로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나라사정은 안팎으로 어렵다. 밖으론 북핵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안으론 노사갈등 빈부양극화 청년실업 등 민생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위기국면이다.
신당싸움에서 시작된 여권의 내분은 여당대표의 비리의혹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대처방식과 청와대 386참모 음모론을 둘러싸고 이제 청와대와 민주당이 치고받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부적절한 언행과 편가르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사정이 이처럼 급박한데도 집권세력이 현재의 상황을 탈()권위주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쯤으로 치부하고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노 대통령의 최대 잘못은 위기를 위기로 진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민주당 김근태 의원의 지적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만하다. 오죽하면 노 대통령이 임기를 다 못 마치면 나라는 정말 어렵게 된다며 대통령 임기 얘기까지 꺼냈겠는가. 여당 의원이 체감하는 민심이반 현상이 그 정도니 일반 국민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왜 정권에 등을 돌리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 토대 위에서 국정운영의 틀을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람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집단에 더 이상 대립의 각을 세우지 말고 포용의 정치를 펴 나가야 한다.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각오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