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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해임안 통과'파국은 막아야

Posted September. 03, 200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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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한나라당 단독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뜻을 이미 밝혔다. 불행한 일이다. 파국적 상황만큼은 막아주기를 바랐으나 여야는 막판까지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정치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실로 난감하다. 당장 국회가 걱정이다. 새해 예산안도, 민생법안 처리도 모두 뒷전인 채 여야가 책임 공방부터 벌인다면 국회 공전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우리는 본란을 통해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에 신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의 국가경영 능력에 실망한 건 한나라당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해임건의안은 명분이 약했다. 한나라당이 뒤늦게 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강변하고 나섰지만 무리한 갖다 붙이기였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남은 일은 무엇인가. 노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보이콧이라도 할 것인가. 중간평가에서 이겼으니까 대통령 퇴진운동이라도 벌일 것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제1당으로서 금도를 보여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정국 경색을 풀기 위해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화를 제의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어떻든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상 이를 일축해서만은 안 된다. 최소한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여야의 극한 대치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 대통령 또한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노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당정분리 운운할 시간에 야당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예정대로 오늘 청와대 5자회동에 임해 정국이 무한 대치국면으로 가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은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