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대로 낮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는 한국에서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3일 한은은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우리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잡아 통화정책을 써왔지만 올 들어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잠재 성장률을 다시 산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 연말까지 현실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부진, 출산율 하락과 이에 따른 노동공급능력의 감소,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을 고려하면 이미 잠재성장률은 4%대로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한국경제는 앞으로 성장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분석에서 높은 권위를 갖고 있는 한은이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대로 낮춰 잡는 것은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잠재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고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목표가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의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지면 실업률이 0.2% 정도 증가한다며 현재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청년층을 정상적인 수준에서 고용하려면 평균 5% 내외의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이에 앞서 올 2월 한국이 경제제도와 대외개방 수준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20032007년 4.8%, 20082012년 4.5%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KDI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7.8% 1990년대 전반 6.6% 1990년대 후반 6.0% 등으로 계속 낮아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한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 하향 조정 움직임은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저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라며 한국경제가 5% 이상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따라서 한은이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낮춰 4%대로 조정한다면 한국경제가 앞으로 물가상승 없이 그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