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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장관 최대한 키워주겠다'

Posted September. 08, 200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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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감싸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건의안 수용 여부를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나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김 장관을 최대한 키워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국회에서 이미 불신임당한 장관을 어떻게 키우겠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런 식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위가 어찌됐건 김 장관은 여야 대치 정국의 당사자다. 대통령이 당사자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스스로 정쟁의 중심에 뛰어들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런 자세로는 정기국회의 순항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이미 노 대통령을 상대로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정감사에서 노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사건들을 파헤쳐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급한 경제 민생 관련 입법도 제때 처리되기는 어렵다. 과연 누구를 위한 김 장관 구하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키워 주겠다는 발언도 문제다. 말꼬리를 잡자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이 말은 결국 총선을 앞두고 김 장관의 몸값을 올려 주겠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 같은 자리에서 (김 장관이) 장관직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국민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줘야 한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통령이 이러니까 김 장관이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흘리며 한나라당과 국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적절치 못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을 가리켜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라고도 했다. 김 장관이 그만한 재목인지는 결국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대통령이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보다 크게 보아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김 장관 감싸기가 아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서 불안과 우려를 씻어주는 일이다. 파국의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