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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남긴 기록

Posted September. 13, 200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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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호 태풍 매미는 최대순간풍속과 위력 등에서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갖가지 특징을 보였다.

기록 경신=최대순간풍속은 12일 오후 4시10분경 제주 수월봉 풍속계에서 측정된 초속 60m.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였다. 그동안의 최대치는 2000년 태풍 프라피룬이 흑산도에서 기록한 초속 58.3m. 풍속이 초속 50m가 넘으면 거리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철제 송전탑이 엿가락처럼 휘는 엄청난 위력이다.

태풍의 위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수치는 중심기압. 매미는 중심기압에서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심의 기압이 낮을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진다. 매미가 12일 밤 경남 사천시에서 기록한 최저 중심기압은 950헥토파스칼(hPa1013hPa=1기압)로 1959년 사라가 세웠던 기록(951.5hPa)을 능가했다.

내륙에서도 세력 유지=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해상까지 진출하면 세력이 약해지는 게 보통. 그러나 매미는 한반도에 접근할 때까지 세력을 유지했고 더구나 내륙에 상륙해서도 힘을 잃지 않고 오히려 파괴력이 강해졌다. 이것 역시 기상 역사에서 이례적인 일.

기상전문가들은 남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2도 정도 높았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따뜻한 바닷물이 매미에게 수증기를 공급해 기초체력을 보강해줬다고 설명했다.

또 내륙에서 위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올여름 잦은 비를 내렸던 차가운 대륙 고기압의 영향이라는 것. 바람은 기압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데 열대저기압인 태풍이 한반도에 있던 고기압과 만나 기압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매미가 내륙에 상륙한 뒤에도 초속 40m 이상의 강한 바람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초가을 태풍이 위험하다=매미의 위력은 한여름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위력이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

사망 실종 849명을 기록한 사라는 9월 15일부터 4일간 한반도를 강타했고 사망 실종 246명에 5조원 이상의 피해를 남긴 루사는 8월 31일 상륙했다. 98년의 예니는 9월 말10월 초까지 지속되면서 포항에 하루 516.4mm라는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해마다 평균 30개 정도가 발생한다. 1904년 기상관측 이래 2002년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304개로 1년에 평균 3.1개꼴이다.

올해는 모두 14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이 중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매미 등 3개. 통계로 본다면 올해 찾아올 태풍은 다 지나간 셈. 그러나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발생한 태풍이 아직 연평균 발생건수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