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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여왕' 힘겨운 성대결

Posted October. 09, 200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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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78의 키, 육중한 몸매에 떡 벌어진 어깨. 로라 데이비스(40영국)는 동반자 존 댈리(1m80미국)와 나란히 서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1m78의 호리호리한 허석호(30이동수패션ASX)가 오히려 왜소해 보였다.

그런 데이비스에게도 남자대회의 벽은 높았다.

9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2)에서 열린 코오롱배 제46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5억원) 1라운드. 국내에서 열린 첫 성대결에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데이비스는 버디는 1개를 하고 보기 5개와 더블보기 1개로 6오버파에 그쳐 경기를 마친 오전 조 70명 가운데 공동 49위에 그쳤다(이하 오후 4시 현재).

같은 조에서 맞붙은 댈리는 버디 5개,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로 1오버파를 쳐 공동 7위에 올랐고 3오버파의 허석호는 공동 22위.

여자무대에서 장타로 소문난 데이비스였지만 이날은 만만치 않은 거리에 애를 먹었다. 전장 6400야드 안팎의 코스에서 치러지는 여자대회와 달리 7042야드의 코스여서 벅찰 수밖에 없었다. 평소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과 우드로 티샷을 하던 데이비스는 11차례나 드라이버를 빼들었다.

10번홀에서 티오프한 데이비스는 13번홀(파3)에서 보기, 1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226야드의 16번홀(파3)에서 4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을 컵 4.5m에 떨어뜨려 첫 버디를 잡았으나 17(파4), 18번홀(파5)에서 연속 보기로 흔들렸다. 이글 여왕으로 불리는 데이비스였지만 4개의 파5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3개.

데이비스는 실망스럽다. 코스 세팅이 어려웠고 다른 선수보다 2030야드가 덜 나가 세컨드 샷이 어려웠다고 아쉬워했다.

필드의 이단아라는 댈리는 이동할 때나 티샷 순서를 기다릴 때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트레이드마크인 호쾌한 장타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아이언과 우드로 번갈아 티샷을 하던 그는 17번홀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버를 꺼내 320야드를 날렸지만 공이 나무숲으로 들어간 데다 3퍼트까지 하는 통에 더블보기.

파3홀을 뺀 14홀 가운데 4차례만 드라이버를 친 댈리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때렸다. 5번홀(파5510야드)에선 드라이버로 310야드를 보낸 뒤 혼자 2온에 성공해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기록했다.

댈리는 핀 위치가 너무 까다로워 스코어를 줄이기 힘들었다. 성대결이라고 해서 특별한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회에서 시즌 2승을 올린 오태근(팀애시워스)이 5언더파로 단독 선두.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