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83)가 16일로 재위 25주년이 되는 은경축()을 맞았다.
그러나 전 세계는 축하 분위기보다는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교황의 후계자와 가톨릭 교회의 미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회주의자 교황?=요한 바오로 2세는 역대 어느 교황보다 일반인과의 접촉에 자주 나서 가톨릭교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행보 때문에 그는 81년 로마 성베드로 광장에서 암살범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교황은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에 반대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종교의 자유, 노동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면서 사회주의자 교황으로도 불렸다.
그는 개신교회와 이슬람 사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설하는 등 종교간 화합에 앞장섰지만 정작 가톨릭계 최악의 분열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낙태 피임 혼전성관계 이혼 동성애 등에 반대하며 전통적 가족가치 수호를 위해 불굴의 투쟁을 벌여 왔으며 여성 사제의 진출도 막았다. 교회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며 교리수호기구인 신앙교리성성()을 설치하기도 했다.
때문에 선진국 중심의 진보적 성직자들은 교황이 지나치게 권한을 휘두른다고 비판하면서 교회의 보수화는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이에 대해 교황은 교리는 대중의 의견에 기반 할 수 없다고 반박해 왔다.
현재 차기 교황 선거인단의 95%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뽑았다. 더구나 교황의 사후 그를 성인()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 가톨릭계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차기 교황은?=교황은 수년간 파킨슨병과 관절염을 앓아 왔으며 최근에는 신장 투석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교황청은 건강악화 우려는 있지만 퇴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교회법상 교황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졌을 때 그를 대체한다는 조항은 없다. 교황이 무능력해지면 특정인에게 권한을 대리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그 자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유효하다. 한때 교황이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쓰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가톨릭계는 21일 열리는 추기경회의에서 차기 교황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135명. 유럽 출신이 49%로 가장 많고 북미 10% 중남미 18% 아시아오세아니아 13% 아프리카 10%다.
일각에서는 다시 이탈리아인 교황을 뽑는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455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비()이탈리아 출신 교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