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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만 얻은 미국 절반의 승리

Posted October. 17, 200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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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됨에 따라 미 행정부는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국제사회가 뒤늦게나마 인정했다는 명분을 안았다. 그러나 이번 외교적 승리가 이라크 파병과 자금 지원이라는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안보리 이사국들, 찬성표는 던졌지만=미 정부가 막판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을 넓히는 등 부분 수정하긴 했지만 이번 결의안은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반영하고 있다. 이라크 정치현안에 대해 미국이 독점권을 행사하고 이라크 내 다국적군을 미군이 지휘하도록 한 것.

이 때문에 안보리의 단합을 위해서라며 마지못해 찬성표를 던진 이사국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유엔이 여전히 미국에 끌려가는 데다 이라크인들에게 통치권을 넘기는 시기가 분명치 않다는 게 그 요지.

안보리 표결 직후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3대 반전국들은 물론 중국 파키스탄 시리아 등의 유엔주재 대사들도 한목소리로 이라크 전후처리에 있어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의안과 파병은 별개=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표결 직후 파병과 자금지원 의사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분명하게 선을 그어 놓아야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본 것. 프랑스와 독일 내부에서는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명분도 없고 위험하다는 반대여론이 월등히 높다.

미국이 추가파병을 기대했던 파키스탄도 파병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니르 아흐람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결의안이 다국적군과 (미영)점령군이 별개의 존재임을 천명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린 뒤 파키스탄은 이라크 다국적군에 병력을 보탤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일본은 17일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을 통해 다국적군 임무 중 치안유지를 제외한 부분에서는 자위대가 협력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아시아에 압박 강화할 미국=이 같은 국제기류 탓인지 미국 내 반응은 어둡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추가 파병규모를 특별히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단정적인 표현을 피했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얼마나 많은 나라가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결의안 통과가 뿌리 깊은 국제사회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고, 뉴욕 타임스는 이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반전국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신속하게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이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만큼 파병을 요청해 놓은 한국 등 14개국을 상대로 파병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아태 6개국 순방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파병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장관도 APEC 각료회의에 참석해 각국의 지원을 별도로 요청할 방침이다.

미국은 23,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공여국 회의에서도 각국에 이라크 재건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권순택 박래정 maypole@donga.com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