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엘류호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22일 열린 2004아시안컵 2차예선 2라운드 오만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쿠엘류호. 이틀 전 베트남에 0-1로 진 데 이어 다시 닥친 악재로 출범 8개월째의 쿠엘류 축구가 생존이냐, 좌초냐의 기로에 섰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이날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대회 E조 오만전에서 시종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1-3으로 역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9위인 한국이 102위인 오만에 진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은 이로써 3승2패를 기록, 조 2위로 떨어지며 4승1패의 오만에 선두 자리까지 내줬다.
이날 패배로 올 3월 출범 이후 4승1무5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쥔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은 내년 7월까지 보장된 임기에도 불구하고 축구계 안팎의 거센 교체 여론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국이 25일 최약체 네팔과의 마지막 경기마저 패하고 베트남이 오만을 꺾을 경우 자칫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지도 모를 위기 상황에까지 몰렸기 때문.
한국은 이날 후반 2분 정경호가 선취골을 터뜨렸으나 5분 후 동점골을 허용한 뒤 급격히 조직력이 무너졌고 이후 2골을 더 허용하며 침몰했다. 해외파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하나 지난해 월드컵 멤버가 6명이나 포함된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무기력한 플레이였다.
오만전 참패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축구협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쿠엘류를 교체해야 한다는 팬들의 글이 꼬리를 물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할말을 잊은 듯 초상집 분위기. 지난해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구며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했던 한국 축구가 불과 1년 만에 믿기지 않는 치욕의 연패를 당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이날 오전 간부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즉흥적인 대응보다는 대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대회가 끝난 뒤 원인을 분석해 신중히 대처하라고 지시한 뒤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축구협회는 베트남전과 오만전을 관전한 조중연 전무가 돌아오는 23일 긴급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 전무는 현지에서 쿠엘류 축구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 대표팀에 대한 국민정서나 여론의 흐름이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쿠엘류 감독은 취임 당시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닥친 악재로 그의 지휘능력은 중간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편 쿠엘류 감독 취임 이후 선수 소집일수가 36일에 불과했고 단 한번의 전지훈련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쿠엘류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