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포리 어섬 비행장. 알록달록한 초경량 항공기 40여대가 막 날아오를 듯 날렵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었다.
시승할 항공기는 2인승 스카이레인저. 길이 5.6m, 날개길이 9.5m, 높이 2.0m, 무게 225kg의 말 그대로 초경량항공기(ULP: Ultra Light Plane)다. 엔진은 2사이클 65마력짜리.
조종사는 이규익 교관(38). 공군사관학교 생도시절부터 시작한 비행경력이 15년이 넘는 베테랑 파일럿이다. 행글라이더 국가대표까지 지낸 이 교관은 현재 항공클럽 에어로피아를 운영하며 초경량항공기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행기 안 자리에 앉으니 좁은 공간에 발을 뻗기조차 쉽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맸지만 제대로 된 손잡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속도계, 고도계, RPM등의 계기판이 보이지만 마치 오락실의 컴퓨터 게임기 위에 앉아 있는 기분.
과연 이 어설퍼 보이는 기계가 날 수 있을까.
생전 처음 타본 초경량항공기에서 두려움 반, 설렘 반을 느낄 새도 잠깐. 교관이 왼손으로 스로틀 레버(액셀러레이터 역할)를 위로 올리자 엔진출력이 높아지면서 비행기가 스르르 미끄러진다. 엔진과 프로펠러에서 나는 굉음에 헤드폰을 썼어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헤드폰을 통해 이 교관의 이륙합니다. 꽉 잡으세요라는 말이 들린다. 갯벌 활주로를 200여 미터 갔을까 비행기가 머리부분부터 붕 떠오른다.
아. 이제 정말 나는구나.
천천히 오르는 듯싶더니 어느덧 고도 700피트(약210m). 어섬을 출발한 비행기는 시화공단 상공을 지났다. 두려움은 벌써 날아가 버리고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인다. 덜컹거리는 창문 밖 저 밑으로 해안선과 시화호 방조제가 보인다. 시화호에 떠 있는 나무배들이 손톱만한 장난감처럼 보이는 게 여간 귀엽지 않다.
창공에서 바라본 지상은 얼마나 사소한가. 우리는 얼마나 사소한 것들에 연연하며 살아가나.
이 교관이 직접 조종해보라며 기자의 손을 조종간 위에 얹어 놓았다. 조종간을 앞으로 당기자 순식간에 비행기 앞부분부터 꼬꾸라지기 시작한다. 깜짝 놀라 다시 뒤로 당겨보니 이제는 정신없이 떠오른다. 조종간은 무척 민감해 초보자는 당황하기 일쑤다. 땅 가까이 내려온 비행기는 운동장 같은 활주로에 사뿐히 발을 디뎠다.
잠깐 덜컹거리긴 했지만 충격이 그리 심하진 않다. 지프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는 정도의 진동이다.
반시간의 비행은 그렇게 빨리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