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농업예산 10% 공약 싹 잊자"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후보 때 농업예산을 전체 예산의 10%로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 각 부처 장관과 아무리 맞춰 봐도 10%는 어렵다며 대선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제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대선공약을 이행해 달라는 한 농민의 말에 대통령이 됐을 때 공약 중 일부는 빨리 잊어야 일할 수 있다는데 10% 공약은 오늘 싹 지워버리자며 이같이 말했다.

또 농업예산 10% 공약은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질까 싶어서 내걸었는데 대통령이 된 후에 보니 전체예산이 늘어나게 돼 10%를 따라잡으려면 아주 기이한 예산이 될 것 같다면서 장관들에게 경제논리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설명하기 어려워서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농림부 장관 주장대로 공약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갔지만 그래도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늦춰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FTA는 깃발을 안 꺼냈으면 몰라도 기왕 국제적으로 협약을 조인해 놓고 비준 단계에서 깨면 앞으로 우리가 여러 나라와 FTA나 대외약속을 할 때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FTA 비준을 앞두고 농어촌지원특별법도 만들고 농민 부채경감도 나란히 가는데 FTA를 미루면 신뢰가 깨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도 농업경쟁력 측면에서 농민들이 기존 사고와 방법대로 그대로 살게 하는 방법은 없다면서 내가 큰소리친다고 한국농업이 살아나지 않지만 내 임기 동안 농민이 가는 길에 확신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 쌀 지키기 서명 요청을 받고 이거 대통령이 정책에 반대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농담을 건넨 뒤 직접 서명을 했다.

최영해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