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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4명이 본 황석영의 삶과 문학

Posted November. 14, 200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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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문학의 세계

소설가 황석영씨의 회갑(12월 14일)을 맞아 작가의 40년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비평집 황석영 문학의 세계가 출간됐다. 한국 일본 중국 독일 등 국내외 필자 14명이 참여해 12편의 평론과 작가에 대한 인상기 3편을 실었다. 그 가운데 문학평론가 최원식 교수(인하대)와 작가가 나눈 대담에 작가의 삶과 사상, 문학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작가는 1943년 만주 창춘()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집안은 평양 토박이로 외할아버지가 평양의학전문학교(김일성대 의학부 전신)를 창설한 유지였다.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어머니는 일본 및 서양고전을 폭넓게 읽었다. 14후퇴 이후 대구 피란시절에도 어머니는 장보러 갔다가 소공녀 걸리버 여행기 같은 책을 사들고 오곤 했다.

초등학교를 나온 뒤 경복중에 진학했는데 성적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재담()과 글재주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고등학교 시절,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글 쓰는 데만 재미를 붙이던 그는 62년 경복고를 자퇴, 가출한 뒤 남도지방을 방랑하다가 그해 10월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1월,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66년 해병대에 입대해 이듬해 청룡부대 2진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69년 제대해 그해 겨울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다. 당선작 탑은 계간 창작과비평에 먼저 보냈다가 한국군이 베트콩을 왜 이렇게 죽이느냐면서 염무웅 시인에게 퇴짜 맞은 작품.

객지(1971)는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분신한 데 충격을 받고 쓴 소설이다. 원래는 쟁의가 실패한 뒤 주인공 동혁이 다이너마이트를 입에 물고 장렬하게 폭사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가 바꾸었다.

염무웅 형도 소설의 주제나 과격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고. 내가 먼저 너무 세니까 뒷부분을 자릅시다 그러고는 몇 줄 잘라냈어요.

그는 90년 8월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범민족대회에 참가한 뒤 93년 귀국,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는다. 옥중에서 처음 3년간은 이가 14개나 빠질 정도로 독하게 살았다. 단식투쟁만 19번을 했고, 매일 감방 문을 차며 교도관들과 싸웠다.

그렇게 보내길 4년여. 사회에 나가서 폐품이 되지 않고 문단으로 돌아가려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잡범들과도 친해지고 깡통쪼가리를 시멘트에 갈아 과일 깎아 먹는 칼로 만들기도 했다.

일상의 디테일이 중요하니 잘해야겠다고 노력하다 보니까 건강도 좋아졌죠. 아마 그게 출옥(1998) 후 5년 동안 개미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힘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달 말 출간 예정인 장편 심청, 연꽃의 길(전2권문학동네)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회갑기념잔치가 12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작가는 내년 3월부터 2년간 케임브리지대 방문학자로 영국에 머물 계획이다.



조이영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