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측이 우리 정부가 제시한 3000명 범위 내의 재건지원부대 파병안 수용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한 협상도 결렬돼 한미간 현안에 대한 양측간의 의견 조정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에 추가 병력을 파견하고 2007년까지 2억6000만달러의 재건 비용을 제공키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에 감사하다며 순조롭고 시의적절한 파병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공유 및 군수 계획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조영길()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3000명 파병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파병문제는 각국이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어떤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미측이 추가 파병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우리가 제시한 파병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이라며 양국 실무자간에 파병 부대의 구성과 주둔 지역에 대한 후속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럼즈펠드 장관의 언급은 파병 결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뿐 파병 규모와 성격에 대해 얘기한 것이 아니다고 말해 양측간에 미묘한 견해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2006년까지 경기 오산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한미연합사의 군사시설과 잔류 병력 숙소 및 복지시설을 용산기지 안에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오산 평택기지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국은 또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 2개 권역으로 2단계에 걸쳐 재배치 통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재배치 1단계는 가능한 한 조기에 착수될 것이며 2단계 재배치 시기는 양국의 최고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와 함께 주한 미군이 맡고 있는 10개 특정 군사 임무를 한국군으로 전환한다는 기존의 합의도 재확인했다.
이밖에도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혀 향후 주한 미군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대()테러전과 관련해 구상 중인 신속대응군에 편입시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럼즈펠드 장관 일행과 만나 이라크 추가 파병, 한미동맹,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