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은 갖가지 상황에 따라 무려 수천가지. 규칙을 숙지하고 있으면 경쟁자에게 치명적인 벌타를 먹일 수 있고 자신은 무벌타로 구제받을 수도 있다.
지난주 미국LPGA투어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캐디가 퍼팅선상의 벌을 수건으로 쫓았다가 동반 플레이어 카린 코크(스웨덴)의 이의제기로 2벌타를 먹은 안시현(19코오롱)이 그 케이스.
세계 남자프로골프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팬코트리조트 더 링크스코스(파73)에서 개막한 2003프레지던츠컵 첫날(포섬 6게임)에서도 규칙해석을 놓고 해프닝이 발생했다. 선수 당사자는 물론 경기위원조차 헷갈려 규칙적용을 잘못했기 때문.
사건은 최경주-스튜어트 애플비(호주)와 미국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찰스 하웰3세의 포섬게임(한 팀의 두 선수가 공 1개를 번갈아 치는 것) 5번홀(파5)에서 일어났다.
최경주의 티샷이 심하게 왼쪽으로 말리면서 공은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덤불에 빠졌다. 최경주와 애플비는 숙고 끝에 1벌타를 먹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문제는 두 선수 모두 누가 3타째를 쳐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던 점. 하는 수 없이 애플비는 남아공투어 소속의 경기위원 테오 만야마에게 문의했고 최경주가 쳐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만야마 위원은 1벌타를 애플비의 2타째로 계산해 다음은 최경주가 칠 순서로 착각한 것.
그러나 골프규칙 제29조에는 포섬게임에서는 벌타가 발생해도 번갈아 치는 플레이 순서에는 변함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순서를 어기면 그 순간 그 홀은 패한 것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5번홀 경기는 최경주가 드롭 후 3타째를 친 후에도 계속 진행됐다. 최경주가 3타째를 치는 것을 본 우즈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경기위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즈는 이 홀에서 홀컵 60cm 지점에 3온시키며 가까스로 4온시킨 최경주-애플비조를 꺾었다.
만야마 위원은 경기 직후 왜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우즈-하웰3세가 그 홀을 이겨 천만다행이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한편 국제연합팀은 레티프 구센(남아공)-비제이 싱(피지)이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하며 선전해 3승1무2패(승점 3.5점)로 미국을 간발의 차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호랑이(우즈)를 물어 뜯겠다고 벼른 사냥개조(최경주-애플비)는 3홀 남기고 4홀차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