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에서 목이 잘린 미군 2명의 시신이 발견되고 이라크인 10여명이 이들 시신을 차에서 끌어내 벽돌로 내려치는 모습이 목격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미군의 사망 원인, 목이 잘린 과정 등에 관한 진상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참혹한 공격=이날 사건은 제101공중강습사단 소속 미군 2명이 모술 중심부를 차량 1대로 이동하다 총격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차량은 벽에 충돌했으며 10대 청소년 10여명이 몰려가 미군을 끌어낸 뒤 콘크리트 벽돌로 얼굴 등을 내리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괴한들이 총상을 입은 미군을 흉기로 찌르고 목을 베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AP통신은 10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총알이 미군 1명의 머리를, 다른 1명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며 흉기로 목을 베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사건 과정이 엇갈린다.
외신들은 10대 청소년들이 미군 시신을 심하게 훼손한 데 이어 차량에서 무기와 CD, 군용배낭 등을 약탈했다고 전했다. 한 10대 목격자는 미군들의 시신이 1시간 넘게 차량 옆에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미군 당국은 미군 2명의 사인이 총격, 충돌사고, 흉기 중 어느 것에 의한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자세한 상황을 밝히길 거부했다. 미군이 사고현장을 장악한 뒤 찍은 TV화면에는 피가 흥건한 가운데 한 숨진 미군의 절단된 다리가 나타났다.
반전 여론 촉발될까=미 당국은 미군의 부상 정도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처참한 시신 상태가 알려질 경우 미국 내 반전 여론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피습은 93년 9월 소말리아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작전 중이던 미군 블랙호크 헬기가 무장세력에 의해 격추된 뒤 소말리아인들이 미 해병의 시신을 끌고 중심가를 행진하던 상황을 연상시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소말리아의 충격적 장면이 언론에 보도돼 자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0월 무장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를 체포하기 위해 투입했던 특수정예부대원들을 시작으로 다음해 3월까지 미군을 모두 철수시켰다.
모술 안전 악화=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되던 모술 지역에서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모술은 수니파가 장악한 바그다드 북부와 서부에서처럼 반미 폭력사태가 별로 없었다. 특히 모술에서는 11월 들어 미군을 향한 공격 건수가 급증해 이곳에서도 저항세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모술은 최근까지 한국군의 유력한 이라크 파병지역으로 꼽혔던 곳이다.
한편 바그다드 북쪽 바쿠바에서는 도로변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이곳을 지나던 제4보병사단 소속 미군 1명이 숨졌다. 이로써 5월 1일 이라크전쟁 종전 선언 이후 미군 사망자 수는 290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