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조순형 새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촉구하고 4당 대표 회담을 제안한 것은 적절한 일이다. 조 대표는 오늘 각 정당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지금 정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법안 거부에 따른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반목이 벼랑 끝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새 출발한 민주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런 극한대치상황을 풀고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조순형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제 민주당 상임중앙위는 청와대의 오기정치와 한나라당의 생떼정치 사이에서 민생정치로 승부를 걸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민주당은 비록 제2야당이라고는 하나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가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기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조 대표의 지적대로 현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4당 대표가 만나 국회정상화에 합의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당 지도자들이 만나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는 모습만으로도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마침 한나라당 지도부가 민주당 조 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특검법안을 재의()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특검법안 재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회 문을 여는 게 지금의 대치정국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회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대통령과 원내다수당이 국회 마비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 돌리며 기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감정이 사태를 주도하는 오기와 생떼의 정치로 국민을 더 이상 고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은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을 멈춰야 하고, 최 대표는 단식을 끝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권력이나 당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