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남아시아 외교전에서 번번이 중국에 밀려온 일본이 작심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10개 회원국 정상을 초청해 환심 사기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일본-ASEAN 특별정상회담이 1112일 도쿄()에서 열려 정치 경제 안보 등 각 분야의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11일 밝혔다.
ASEAN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간 정상회담이 정례화된 상태에서 ASEAN 정상들이 특정국과의 회담을 위해 일제히 자국을 비운 것은 처음 있는 일. 일본 정부가 이번 회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참가국 정상들과 연쇄 개별회담을 갖고 대규모 경제원조를 약속했다.
경제력 무기로 반격=일본은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SEAN+한중일 정상회담에 별다른 준비 없이 나섰다가 싸늘한 대접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반면 라이벌 중국은 ASEAN측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기를 앞당기는 데 합의해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 추종외교의 이미지를 씻지 못하면 앞마당 격인 동남아를 중국에 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최근 집권 자민당과의 협의에서 ASEAN을 일본의 외교기반으로 확실히 지키고, 그 바탕 위에서 중국과 겨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ASEAN을 달래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 상대국 특성에 맞춰 다양한 선물 꾸러미를 풀 태세다.
고이즈미 총리는 베트남과 라오스를 상대로 메콩강 유역 개발사업에 15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3국과는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데 합의할 계획. 또 회원국들의 정보기술(IT) 및 환경산업 인프라 조성에 15억달러를 지원하고 앞으로 3년간 연수생 및 유학생을 4만명 이상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핵심은 안보 협력=일본은 동남아 국가들이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대해 걱정하는 점을 감안해 일종의 불가침조약인 우호협력조약도 체결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부품이 동남아를 경유해 북한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품목의 수출관리체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회담은 일본과 ASAEN의 협력관계를 기존의 경제 일변도에서 정치 안보 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도쿄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할 예정.
ASEAN측은 일본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중국 인도의 가세로 몸값이 높아진 점을 반영하듯 사안별로는 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가 자위대 파병은 이라크 부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슬람교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도 27차례나 해외에 군대를 보냈지만 이는 모두 유엔 결의를 따랐던 것이라며 파병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