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인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내과 김광원 교수(56)는 내공()이 대단한 술꾼이다. 강호의 고수들이 그의 가냘픈 몸을 보고 덤볐다가 나가 떨어졌다. 그는 가급적 술을 멀리하려 하지만 누군가 도전해 오면 기꺼이 대적한다. 지금도 폭탄주 10잔은 거뜬히 마신다. 김 내공은 음주 비법은 없지만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면서 강호에 살아남은 비결을 소개했다.
첫째, 초입에 무리하지 않는다. 약한 술부터 도수가 높은 술로 옮겨가면 술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훨씬 덜 취한다는 것. 또 많은 양이라도 천천히 마시면 적은 양을 급히 마셨을 때보다 덜 취하고 해독도 빨리 된다는 것.
둘째, 수시로 자신의 취기를 체크한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취한 정도를 체크하며 주량을 조절한다는 것.
셋째,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을 마시면 알코올 배출에 도움이 되고 덜 취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술을 마신 뒤에는 집에 가서 냉수 한 잔을 마시고 곧장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는 우유 1, 2잔을 마신다. 영양분이 많고 전해질 보충에 도움이 되기 때문. 아침은 꼭 먹으며 가급적 전해질이 풍부한 북엇국을 곁들인다. 그리고 오전에 평소보다 많이 움직인다.
위암 수술의 세계적 대가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49)는 최근 매주 3, 4차례 술을 마신다. 평소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지만 연말 송년회만은 그도 피해가지 않는다.
12월 둘째 주는 절정이었다. 금요일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위암의 복강경수술에 관한 워크숍에 참석한 뒤 백세주와 맥주로 시작해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 폭탄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집에서 3시간을 잔 뒤 오전 6시에 공항으로 나섰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뒤 오후 6시부터 일본인 의사들과 전투에 들어가 오전 3시까지 계속했다.
그날 술자리 후에 일본라면을 먹었는데 다음날 속이 한결 편했습니다. 과음을 했다면 주독()으로부터 소화기를 보호하기 위해 간편한 식사를 하고 자는 것이 좋습니다.
노 교수는 아무리 과음해도 새벽에 집을 나서 오전 7시 수술실에 들어간다. 술을 깨기 위해 녹차와 우롱차를 3, 4잔 마신다. 그는 오전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희대한방병원 류봉하 원장(54)은 매주 3, 4회 술자리를 갖는다. 소주 2병 정도는 가볍게 마신다.
그는 원기를 보호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보중익기탕, 쌍화차, 인삼진액을 미리 챙겨 먹는다. 상대방에게 피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주례(), 주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도수가 낮은 술부터 마시고 독주는 꼭 식사 후 시작한다.
류 원장은 술이 과했다 여겨지면 녹차나 얼큰한 국물을 마신다. 가능하면 뜨거운 물에 주독을 풀어주는 성주청간탕을 곁들인다.
음주 다음날이면 주로 복집을 찾는다. 복어 자체에도 주독을 푸는 성분이 있지만 미나리와 콩나물은 간을 보호하고 주독을 풀어주는 대표적 음식이기 때문이다.
류 원장은 물을 많이 마시고 간단한 샤워나 사우나, 운동을 통해 땀을 빼고 콩나물, 미나리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거나 칡차, 귤차, 유자차 등을 마시면 술이 빨리 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