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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주부궁사, 윤미진 제쳤다

Posted January. 08, 200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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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도 패자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8일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04서울국제실내양궁대회 여자부 결승전.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108-107로 앞선 이점숙(31인천시청)이 먼저 만점인 10점을 쏘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무명선수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인 윤미진(21경희대)을 꺾었기 때문.

10점짜리를 쏴도 경기를 뒤집을 수 없게 된 윤미진은 한숨을 내쉰 뒤 마지막 시위를 당겼다. 9점. 118-116, 주부궁사 이점숙의 승리였다. 키가 1m54로 국내 여자선수 가운데 최단신인 그는 20년 동안 양궁선수를 하면서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기에 기쁨이 두 배. 그러나 윤미진의 얼굴에서도 실망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니가 10점을 쐈을 때 게임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화살이 빗나가잖아요. 좋은 경험 했죠.

윤미진도 이번 대회에서 기분 좋은 설욕을 했다.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 4강전에서 일격을 당했던 대만의 위안 슈치를 8강전에서 꺾은 것. 윤미진은 2엔드에서 7점과 8점을 쏘며 자멸한 위안 슈치를 116-110으로 간단히 물리쳤다. 준결승에선 세계랭킹 4위인 그리스의 에반젤리아 프사라와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친 끝에 117-116 한 점차로 승리. 사실 윤미진에겐 이번 대회 준우승이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70m거리에서 쏘는 일반 양궁경기는 자신 있는데 18m거리인 실내대회에선 맥을 못 춰요. 2년 전엔 이 대회에서 꼴찌를 했다니까요. 올림픽 준비 때문에 태릉선수촌에서 70m만 쏘고 있어요. 18m는 어제 하루 훈련했는데 이 정도면 잘 한 거예요.

한국여자양궁의 에이스인 윤미진은 올해 아테네올림픽에서 2관왕 2연패라는 하계올림픽 사상 초유의 목표에 도전한다. 이미 지난해 뉴욕세계선수권대회 2관왕(개인, 단체)을 차지해 그 가능성을 높인 터. 올림픽보다 더 힘들다는 국내선발전만 통과하면 2관왕 2연패도 꿈이 아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새해를 순조롭게 출발해서 기분 좋네요. 올림픽에 나간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 거두겠습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