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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놀라운 걸(girl)'

Posted January. 15, 20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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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소니 오픈의 스타는 단연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열네 살짜리 소녀다. 뉴욕 타임스와 LA 타임스가 그녀에 관해 긴 기사를 실었고 연습라운드에서 수많은 관중이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어니 엘스가 챔피언 타이틀을 방어하느냐, 못 하느냐보다 14세 소녀가 남자 프로골퍼들과 경쟁을 벌여 과연 예선을 통과할 수 있느냐에 골프 팬과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PGA 프로골퍼들은 경기가 끝나면 텔레비전 앞에 모여 타이거 우즈라는 이름을 가진 10대가 아마추어대회에서 경기하는 장면을 지켜보곤 했다. 프로들이 보기에도 10대 아마추어 골퍼의 재능은 경이로웠고 호쾌한 드라이버 샷은 숨을 멈추게 했다. 그가 가진 잠재력은 무한해 보였다. 그가 몇 년 후 프로무대에 등장해 우승컵을 가져갈 것일지 알 수 없었지만 10대 소년에게서 골프황제의 풍모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예측은 들어맞았다.

미국의 프로골퍼들이 아마추어 시절의 우즈에게 했던 말을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에게 한다. 키 183cm에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를 넘는 파워를 자랑한다. 엘스는 오늘 그녀의 골프 스윙은 우즈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녀는 학교에 다닐 때는 수업과 친구에 빠져 골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난주 기하 생물 일본어 사회 등 기말시험을 마쳐 이번 주에는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골프의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은 작년 PGA 대회에서 성대결을 벌였지만 예선 탈락했다. 소렌스탐은 미셸은 경험이 부족하다.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미셸이 작은 대회에서 우승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미셸은 큰 대회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지 못하다. 지난해 안시현이 화려하게 등극한 제주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미셸은 최하위 성적으로 컷에서 잘렸다. 미셸이 소니오픈에서 골프사상 여성 최초로 PGA 본선 진출 기록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열네 살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나이니까.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