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는 녹음테이프가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민형사, 가사소송에서 녹음테이프 내용을 기록한 녹취서를 서면증거로 제출한다. 상대방과 다툴 경우 녹음테이프 검증절차를 통해 판사와 재판 당사자가 함께 들어보고 녹취서가 녹음테이프와 동일한지, 녹음테이프의 음성이 대화 당사자의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녹음 내용이 증명되면 녹취서는 사실과 정황에 대한 증거가치를 갖게 된다.
비밀녹음이 불법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녹음하는 사람이 대화 당사자라면 자신과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비밀녹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이라면 전화통화를 녹음하는 것도, 직접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것은 도청과는 다르다. 도청은 전화기나 자동차에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해 타인과 타인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 건물에 녹음장치를 설치하거나 원격장치로 타인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도청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의해 처벌받는다.
녹음은 가사소송에서 더욱 많이 활용된다. 부부간의 일은 이를 목격한 제3자가 드물고,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나올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주장을 날조해 뒤집어씌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혼을 결심하면 미리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한데 녹음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 된다. 진실보도의 책임이 있는 기자들도 취재원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해 두는 것이 좋다. 취재원이 나중에 내용을 부인했을 때 보도의 자유가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도 가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녹음을 한다.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는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애정도 의리도 인정도 아닌 이익이라며 사람을 믿지 말라고 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법률세계와 정치세계 등 현실에서 통하는 이론이다. 세상에 거짓말이 난무하고 이를 가려내 처벌하는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비밀녹음이 진실을 가리는 중요한 증거가 된 것 같다. 무조건적인 이익을 탐하지 말고 사람을 깊이 신뢰하라면서 성선설()과 왕도정치를 부르짖은 맹자가 안타까워할 현실이다.
배 금 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na@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