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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대통령, 경제학자들 충언 들어야

Posted January. 19, 200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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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전경련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경제를 위해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가졌던 생각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바꿀 것은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노사분규를 작년보다 50% 이상 줄이고 규제 통과시간을 집중적으로 단축하겠다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목표도 몇 가지 내놓았다.

말대로 실천된다면 기업들이 노 대통령의 경제관에 대해 갖고 있었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안이해 새 약속의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게 한다. 철도 화물연대 조흥은행 등의 불법파업으로 국민경제가 몸살을 앓았는데 노 대통령은 작년 노동손실일수가 20% 줄었고 대부분 합법파업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떼법 앞에서 수년간 추진해 온 국책사업이 중단됐고 자신의 재신임 승부수로 정치상황이 혼미해졌는데도 정책이 불투명한 것은 없다고 강변했다.

노 대통령은 뭐가 불확실하냐고 되묻기 전에 경제경영학 분야의 대학교수 411명이 낸 충정어린 성명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수들은 경제의 리더십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변덕스러움과 이익단체의 투쟁만 들어서 있고, 실업과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인기영합주의 정책만 들어서 있다고 개탄했다.

오죽하면 대학교수들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시국성명을 냈겠는가. 교수들이 지적한 대로 지금 한국경제는 성장 동력이 죽어가고, 경제 리더십은 실종됐으며, 기업가 정신은 추락한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다. 주저앉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 첫 단추는 노 대통령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