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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총선 민심은...

Posted January. 24, 20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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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요. 아마 인물싸움이 될 겁니다.

설 연휴기간에 본보 기자들이 취재한 각 지역 유권자들의 공통적인 총선 민심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열악한 경제상황과 실업난,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아예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3김 시대의 종언과 지역구도의 해체 조짐으로 상징되는 정치 격변기에 치러지는 4월 총선에서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궁금해 했다.

영남=한나라당이 변하면 찍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 투표 안 한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설 연휴 중 고향인 대구에서 만난 친인척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여전히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두 번씩이나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데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이 당직자는 전했다. 그는 또 차떼기 충격도 상당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사업가 정모씨(38)는 아예 화부터 벌컥 냈다. 그는 경제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 무슨 표를 달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나라당이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우려했던 대로다.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커 당보다 인물보고 찍겠다는 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국민 정서는 여야가 왜 싸우느냐는 것인데 내려가 보니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이렇게 고생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남=전북과 광주 전남지역에서 각기 다른 미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는 노 대통령보다는 이 지역 출신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윤창선씨(41)는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식이 좋지 않다며 그러나 정동영 바람이 일어나면서 도시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 농촌지역에서는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광주와 전남지역도 기류 차이가 느껴지고 있다. 광주가 고향인 공무원 J씨는 노 대통령에 대한 애증이 엇갈리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을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노 대통령의 언행 및 민주당 탈당으로 인한 배신감이 유권자들을 심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광주는 앞서고 있고 전남도 김홍일 의원의 탈당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한 반면 민주당 정철기() 의원은 민주당의 지지도는 큰 변화가 없으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좋은 평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청=JP는 이제 끝난 것 아녀. 그렇다고 어디 맘에 쏙 드는 정당이 있나. 충청도는 자민련을 밀어야지. 충청권 중에서도 충남에서는 자민련의 생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자민련 김학원() 원내총무는 JP가 총선 치르고 2선 후퇴한다고 하니까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관료는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규모 10분의 1 운운하기 전에 자기가 내뱉는 말부터 10분의 1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전과 충북지역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사업가 심모씨(41)는 열린우리당이 그래도 여당 아니냐. 행정수도 이전 등 지역 현안이 있으니 여당을 밀어야지라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한나라당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자민련-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3파전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