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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얼짱

Posted January. 26, 200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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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가 학습해야 할 네티즌 용어가 또 등장했다. 얼굴 예쁘면 얼짱이라는 걸 간신히 익혔더니 이젠 강짱이란다. 특수강도 혐의로 수배된 이모씨가 너무 이쁜 강도얼짱이라서 생겨난 말이다. 그 미모로 강도짓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 자수하고 탤런트가 돼라 등 네티즌의 반응도 다양하다. 외모에 대한 차별 루키즘(lookism)이 지난해 미리엄 웹스터 영어사전에 올랐다지만 우리는 여기에 테크놀로지를 결합시켜 얼짱 강짱 신드롬까지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는 역시 대단하다.

예쁘면 다냐?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과학적 연구 결과 입증된 사실이다. 지난해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잘생긴 사람은 보통 죄수에 비해 20%나 가벼운 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버스라는 미국의 과학자는 신붓감의 첫째 조건이 외모라는 건 세계 37개 문화권의 공통현상이라고 했다. 이유는 뜻밖에도 과학적이다. 큰 눈과 뽀얀 피부는 젊고 건강함을 말해준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는 아기를 쑥쑥 낳을 수 있다는 표시다. 2세를 잘 두기 위한 유전자의 공작이 바로 외모 지상주의로 나타난다는 거다.

배우자로 얼짱을 찾는 건 사회적 악영향이 근심스럽기는 해도 개인적 문제다. 강짱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법이 시퍼렇게 존재하므로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문제는 얼짱 숭배가 정치판까지 넘실거린다는 점이다. 정당마다 미남 미녀 앵커 영입에 공을 들이고 정치인들은 정책이나 소신보다 이미지와 스타일 개발에 열을 올린다. 이제 사람 아닌 카메라가 유권자 자리를 차지하는 모양이다.

얼짱을 정치지도자로 뽑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필리핀이 잘 보여주고 있다.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됐던 인기배우 출신 조지프 에스트라다는 부패와 수뢰, 경제파탄 때문에 3년도 안돼 민중봉기로 쫓겨났다. 이번에도 배우 출신 페르난도 포가 대통령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주식시장과 페소화가 흔들렸다. 그림의 떡이 맛있어 보이는 건 떡이 현실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얼짱도 화면 안에 있을 때나 가치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짱(정치얼짱)이 현실정치에 정체를 가져올까 우려스럽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