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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주장이 FTA '발목'

Posted February. 05, 200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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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 쌀시장 개방 재협상 등 굵직한 통상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 대한 왜곡과 회피가 통상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9일로 다가온 국회의 FTA비준동의안 처리가 만약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정부당국과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현안과 관련해 일부 정치권과 이익단체가 현실을 있는 대로 보지 않고 왜곡하는 일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국가적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르면 한국이 쌀 시장 개방을 추가로 미루려면 모든 교역 상대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공산품 분야까지 포함한 보상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현실적으로 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지만 정치권과 일부 단체가 농민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한-칠레 FTA와 관련해서도 칠레는 세계 3위의 농업강국이며 FTA 체결에 따라 한국 농업이 붕괴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병섭()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과장은 칠레 수출의 62.2%를 차지하는 사과 배 포도는 한-칠레 FTA의 예외품목이며 칠레의 농산물수출은 세계 14위라고 반박했다.

FTA 체결 지연에 따른 수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발효된 주요국간 FTA에 따라 한국이 연간 3억달러의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FTA 체결국끼리 특혜무역을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일본-멕시코, 인도-태국 등 현재 추진 중인 FTA가 추가로 발효되면 한국은 연간 최대 6억달러의 수출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칠레 상원이 지난달에 한-칠레 FTA비준동의안을 처리한 것은 한국에서도 FTA비준을 곧 처리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9일에도 국회비준이 심각하면 큰 후유증이 따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통상문제에 관한 정부 부처간 조율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통상협상 전문가인 A교수는 한 부처의 차관이나 차관보가 주재한 회의에 타 부처 사무관이 국장을 대신해 참석한 경우도 있다며 부처간 갈등을 조절할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은우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