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무전기, 카폰, 무선호출기(삐삐), CDMA 휴대전화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통신업계의 거인. 76년 역사에 현재 세계시장 2위로 전통과 실력을 겸비했으나 한국시장에서는 퇴출 위기에까지 몰렸던 이 회사가 2004년을 자존심 회복 원년으로 삼았다.
애니콜에 밟힌 자존심=1995년까지 모토로라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70%였다. 삼성전자 애니콜은 10%도 안 되는 마이너 브랜드였지만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광고카피와 디지털로의 발 빠른 전환으로 96년 시장점유율이 50%대로 뛰었다. 같은 해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10%대, 97년에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아날로그 향수에 젖어 있던 모토로라는 2000년 5월 스타텍을 마지막으로 히트 모델을 한 개도 못 내놨다. 소비자도 모토로라를 잊었다.
그리고 2002년 10월. 모토로라 본사 서열 4위인 한국인 진정훈 부사장(41)이 왔다. 진 부사장의 눈에 모토로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본사의 고루한 경영원칙. 한국지사를 아시아지역본부 산하에 둬서는 빠르게 변하는 한국시장에 대응할 수 없었다. 한국지사를 본사 직속으로 바꾸었다. 연예인은 광고모델로 안 쓴다는 70년 된 원칙을 깨고 정우성을 쓰겠다고 본사에 통고했다.
삼성 나와라=올해 모토로라는 새 모델 15개를 정우성의 손에 들려 무더기로 내놓는다. 명성 회복을 상징하는 스타텍2와 숫자판을 옆으로 돌려 여는 스핀모토, 자동차 경주장을 콘셉트로 만든 쇼미모토 등 모토로라답지 않은 톡톡 튀는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올해 1500만대 신규시장에서 10% 점유를 노린다.
진 부사장은 오래되고 투박한 이미지를 젊고 쿨한 이미지로 바꿔 반드시 한국시장에서 다시 살아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 어림없다=휴대전화는 이미 휴대전화가 아니다는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300만 화소 카메라폰과 위성지상파 DMB 전용 단말기, W-CDMA 전용 단말기 등 신규시장용 제품을 대거 내놓고 멀찌감치 달아난다는 전략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토로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2년 16.3%에서 지난해 14.5%로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9.8%에서 10.8%로 증가해 모토로라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세계 2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점점 줄어드는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벌리려는 모토로라. 누가 연말에 웃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