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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선수 많은 팀 겨울리그 '죽을맛'

Posted February. 12, 20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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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루돌프 사슴코?

11일 우리금융그룹배 2004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현대-삼성생명전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 현대 김영옥의 코가 루돌프 사슴 코처럼 빨갰다. 술도 안 마시는 여자선수의 코가 왜 빨갛지?

너무 힘들어요. 체력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아예 바닥이 났다니까요. 어떻게 뛰는지 모르겠어요.

술 때문에 코가 빨개진 게 아니라 피곤하다보니 코가 헐어 빨갛다는 하소연이다.

국가대표 4인방(변연하 이미선 박정은 김계령)의 호화멤버를 갖고도 이날 현대에 진 삼성생명 박인규 감독도 한마디했다. 중요한 고비에서 주전들이 맥을 못쓰니.

모두 체력 타령이다. 그것도 한결같이 대표팀 때문이란다. 대표팀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강훈련을 받아보긴 처음이었어요.

도대체 대표팀에서 무슨 훈련을 어떻게 시켰을까.

여자농구 대표팀 훈련 스케줄을 보자. 우선 오전훈련 4시간 가운데 2시간 이상이 웨이트트레이닝. 오후엔 찰고무밴드를 다리와 어깨에 걸고 몸을 펴는 힘 기르기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치를 떤 지옥훈련은 매주 한 차례. 불암산 언덕 10회 왕복-톱밥길 10회 왕복-태릉선수촌 트랙 10바퀴 코스였다. 그러다 보니 뛰다가 토한 선수들이 속출했다는 게 선수들의 말.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명수 감독(우리은행)은 체력 신봉파. 기술보다 정신력, 정신력보다는 체력이 먼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며느리가 새벽에 아궁이 불씨를 꺼뜨리면 게으르다고 야단을 맞았다. 이런 정신으로 우리은행 체육관에는 새벽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훈련량의 60%는 체력훈련. 오전 5시반에 기상해 6시에 슛 연습을 하고 오후 9시반까지 네 차례에 걸쳐 훈련한다. 다른 팀보다 일찍 일어나고 하루 훈련 횟수도 1회 정도 많다.

최근 우리은행 성적이 좋지 않자 박 감독은 삭발하고 나타났다. 안 그래도 호랑이 같은 감독이 머리까지 깎고 다그치니 우리은행 선수들은 죽을 맛.

대표선수들의 체력 저하는 겨울리그 판도와 무관치 않다. 대표선수 수와 성적이 반비례하는 것. 대표선수가 한 명뿐인 국민은행과 금호생명이 각각 1위와 공동2위에 올라있는 것이 그 예다. 반면 최강 멤버인 삼성생명은 공동2위로 처져 있고 대표선수가 3명씩인 우리은행과 현대도 공동4위.

대표팀에서 가드를 맡았던 김영옥은 1라운드엔 승부보다는 체력을 되찾는 데 신경을 썼다면서 다른 팀에 있는 대표선수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