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시근로자의 실질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인 이상 전체 500만 도시근로자 가구 중 100만 가구는 매달 지출이 소득보다 14만6100원 많은 적자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03년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월평균 실질소득은 265만5000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6%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1999년(3.5%) 이후 최저 수준.
또 지난해 많이 늘어난 배우자와 기타 가구원의 근로소득을 제외할 경우 도시가구의 월 평균 실질소득은 전년도에 비해 1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하위 20% 계층에서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전년도에 비해 1.3% 감소한 반면 배우자 소득은 53%나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저소득 계층에서 생계가 어려워지자 배우자가 대거 맞벌이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위 20% 계층은 지난해 월평균 109만3000원을 벌고 123만9100원을 지출해 매달 14만6100원의 적자구조를 나타냈다.
도시근로자의 지난해 물가상승을 감안하지 않은 월평균 명목소득은 293만9000원으로 전년도의 279만2000원에 비해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세는 2000년(7.3%) 이후 가장 낮다.
월평균 지출은 228만원으로 전년도(213만6000원)에 비해 6.8% 증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174만9300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4%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교육비가 월평균 22만5000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1.1% 증가했다.
특히 학원비와 과외비 등 보충교육비는 전년도에 비해 40.8% 증가했다.
통계청 권오술() 사회통계과장은 사교육비가 급증한 것은 대학생 및 대졸자들이 취직을 위해 학원비 지출을 늘리는 등 청년실업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이발 및 미용료(1.6%), 연료비(6%), 가구(24.6%), 가전(12.1%) 지출이 감소하는 등 전형적인 불황형 지출구조를 나타냈다. 반면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외식비는 15.1% 증가했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06으로 전년도의 0.312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의 5.22배로 전년도의 5.18배에 비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