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04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축구대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바이에른 뮌헨(독일)의 16강전이 열린 25일 독일 뮌헨 올림피크스타디움.
후반 38분 마드리드가 프리킥을 얻자 호베르투 카를루스(31)가 나섰다. 뮌헨 골키퍼는 2002월드컵에서 야신상을 받은 철벽 수문장 올리버 칸(35).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카를루스는 달려들며 왼발로 낮게 깔아 찼고 수비수의 스크럼을 뚫은 볼은 바람소리와 함께 35m를 날아갔다. 칸이 몸을 날렸지만 그의 오른손에 맞은 볼은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 골네트를 갈랐다. 1-0으로 앞섰던 뮌헨이 다 잡았던 대어를 놓치는 순간이었다. 경기결과는 1-1 무승부.
이 프리킥은 현역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는 칸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것. 그런데 왜 어이없이 놓쳤을까. 바로 키커가 전 세계 골키퍼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카를루스였기 때문. 그의 별명은 프리킥의 마술사다.
UFO슛=97년 6월4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브라질-프랑스대표팀의 평가전. 브라질 대표로 나선 카를루스는 UFO 슛으로 명명된 절묘한 프리킥 슈팅을 성공시킨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찬 볼이 수비수의 스크럼 오른측을 완전히 우회해 골문 오른쪽에 꽂힌 것. 볼의 휜 각도가 너무 엄청나기에 축구 전문가들은 도저히 각이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슛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UFO 슛.
시속 170km의 캐넌슛=카를루스의 슛은 빠르기와 회전력에서 세계 최고다. 그의 슈팅이 얼마나 빠른지는 국내 선수와 비교해 보면 안다.
98년부터 시작된 프로축구 올스타전 캐넌슛 경연대회에서 최고의 볼 스피드는 2002년 이기형(성남)이 기록한 시속 138km. 카를루스의 슈팅은 이 보다 32km나 빠른 시속 170km. UFO슛은 150km로 기록되어 있다.
골키퍼들은 볼의 속도가 120km만 넘어도 볼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몸을 날리면 늦다고 한다. 키커가 볼을 차는 순간 방향을 짐작하고 미리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 그러니 카를루스의 슛이 골 모서리로 정확하게 향하기만 하면 이를 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
최고 슈팅의 비결=카를루스의 체격은 1m68, 69kg. 이처럼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가공할 슈팅이 나오는 것일까.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단한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 말대로 카를루스는 팀 훈련이 끝난 후 평균 50개가 넘는 개인 슈팅 연습을 한다. 그랬기에 91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브라질 팔메이라스와 이탈리아 인터 밀란을 거쳐 96년부터 초호화 군단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한번도 주전을 놓치지 않았다. 92년부터 브라질대표팀에서도 전문 키커로 나서는 그의 허벅지 둘레는 58.5cm.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볼을 차는 훈련을 한 것도 캐넌 슛의 비결. 축구 전문가들은 모래 위에서 맨발로 볼을 차면 맨땅에서 할 때보다 다리 근육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발의 여러 부위를 사용해 다양한 각도로 찰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축구 전문 키커는?=한국의 카를루스는 누구일까. 황보관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팀 수석 코치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대포알 같은 프리킥 슈팅으로 골을 넣어 캐넌 슈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슈팅 속도는 114km.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이을용(안양)이 터키와의 34위전에서 절묘한 프리킥 슛을 넣었다. 현 대표팀에서는 유상철(요코하마)과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가, 올림픽대표팀에서는 최성국(울산)이 전문키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