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또 청와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노 대통령은 휴일인 14일 오전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딸 정연() 씨 등 가족들과 함께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등반했다. 대통령부속실 일부 직원과 소수의 경호원만을 대동했다. 등산 후에는 관저에서 가족과 오찬을 함께 했고 오후에는 밀린 보고서도 살펴봤다고 한다.
앞서 13일 아침에는 여느 때처럼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신문과 TV 뉴스를 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8시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위로전화를 받고 어제 TV를 보면서 정말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다친 데는 없느냐, 다른 의원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하루 종일 관저에만 머물렀다.
탄핵이 가결된 12일 저녁엔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과 저녁을 하면서 탄핵 문제는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와 연관돼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알아선 한 일인 데, 나도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고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며 착잡해 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합류를 거부한 정치 역정을 돌아보며 지도자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그래야 정치도, 역사도 발전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권오규()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이 대처 전 영국총리를 예로 들며 위로하자 그의 전기를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1인칭 기법으로 쓴 소설 칼의 노래도 다시 읽기 시작했고, 대통령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펴낸 이제는 지역이다는 서적도 곧 탐독하기로 했다.
한편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비서실에 의존하지 않고 당분간 내각중심으로 국정을 운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식을 매일 전해온 청와대브리핑은 12일 260호를 발간한 후 중단됐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내가 마이크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