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의 후계자는 과연 누구일까.
김정일은 본처 김영숙 외에도 홍일천, 성혜림, 고영희, 손희림, 홍영희, 정혜순, 이형연 등 8명의 여인들 사이에서 아들 셋, 딸 다섯 등 총 8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중 인민배우 출신 성혜림이 낳은 김정남(34), 재일동포 출신 무용수 고영희가 낳은 김정철(25)과 김정운(21)이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다. 풍부한 해외경험을 가진 김정남은 김정일의 러시아와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모 성혜림의 사망과 외가인 성씨 일가의 서방 탈출로 입지가 좁아졌다. 반면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 중인 김정철과 김정일의 외모와 성격을 쏙 빼닮은 김정운이 북한 권부로부터 지지받고 있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사생활로 본 김정일의 저자는 북한과 같은 사회의 내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사생활()이 공생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의 주체사상에 따르면, 수령과 당과 대중은 3위일체를 이루고 그중 수령은 최고 뇌수로서 유기체의 생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김정일의 출생과 유소년기의 성장과정을 통해 성격을 분석하고, 여자관계와 자녀들의 뒷이야기, 일상생활과 건강, 승마 사냥 영화 등 다양한 취미까지 꼼꼼히 추적한다.
김정일은 낮 12시에 기상해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집무한 뒤 다음날 오전 34시에 취침하는 저녁형 인간이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김정일은 노동당 내각 인민무력성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등 권력기관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문건(일주일에 약 500페이지)들을 전부 읽고 혼자서 결재한다.
김정일은 7세에 생모 김정숙의 사망을 겪었고, 유소년기에는 아버지 김일성이 잔인하게 반당분자들을 숙청하는 권력투쟁을 지켜봤다. 이러한 경험은 김정일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모성애 결핍증은 연상의 여인에 대한 동경감으로 이어져 5년 연상의 성혜림과 동거하기도 했고, 10년 연상의 최은희를 납치하기도 했다.
김정일 로열 패밀리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낳은 성혜림의 조카인 고() 이한영(본명 이일남)씨의 수기이다. 이 책에도 김정남이 100만달러어치의 생일선물을 받는 모습이나 꽃 같은 처녀만 뽑아 기쁨조로 삼는 김정일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생생히 드러난다. 이씨는 1982년 모스크바 유학시절 남한으로 귀순한 뒤 한양대를 졸업하고 건축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다가 김정일과의 관계를 언론에 밝힌 후 6개월 만인 97년 2월 괴한의 총탄에 피격돼 사망했다.
이씨는 책에서 자신이 살았던 남북한의 삶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북한에선 김정일 김정남만 주연이고 몇몇 당 간부들은 조연, 인민들은 단역이다. 남한에서는 다소의 수입만 있으면 얼마든지 주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남한에서도 주연의 자리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주연으로서의 자기관리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