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쪼개질 정당'보고 투표하란 말인가

[사설] '쪼개질 정당'보고 투표하란 말인가

Posted April. 06, 2004 22:15,   

ENGLISH

쪼개질 정당 보고 투표하란 말인가

문성근씨에 이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명계남씨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 분당론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말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에서 노선 투쟁과 이해 충돌이 불가피함을 예고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서 현 집권 세력 내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이다. 어떤 명분을 둘러대고 군색한 해명을 한다고 한들 이들의 말은 결국 유권자에게 쪼개질 정당을 보고 투표하란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명씨는 탄핵 이후 당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묻은 사람, 흙 묻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씨는 말이 안 되는 사람들이 후보로 많이 뽑혔다며 잡탕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지금 열린우리당 안에는 자질과 인품이 부족한 사람들이 오합지졸()처럼 모여 있는 셈이다. 이런 부적격 인사 하나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서 겉으론 요란하게 새 정치와 신당을 외쳤다면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만 진성() 당원이라면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목표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두 사람은 발언이 파문을 빚자 어제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탈당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당적과 상관없이 그들은 여전히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위상도 건재하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이들의 분당론을 어떻게 보는지, 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유권자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표를 달라는 열린우리당의 요구가 헷갈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