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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작가 원고료

Posted April. 13, 200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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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밤새워 원고를 써도 장당 30005000원의 원고료를 받는 게 고작이다. 100장짜리 원고를 써도 세금을 뗀 고료는 50만원이 채 안 된다. 억대의 고료를 받는 인기 작가들도 있지만 이들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적다. 그들이 인기작가가 되기까지의 피나는 노력과 창작의 고통을 감안하면 이 또한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문화부의 2003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 예술인 1947명 가운데 30.9%가 창작활동과 관련한 수입이 전혀 없었고, 월수입 20만원 이하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문학인만을 대상으로 월 평균수입을 조사한 결과 100만원 이하가 39.5%를 차지했고, 101만200만원 26.0%, 201만300만원 19.0%, 301만원 이상 15.5%로 조사됐다. 다른 조사에서는 전업 작가의 평균 월수입이 근로자 최저임금 56만7260원의 절반인 28만원에 불과했다.

문화부가 이 같은 현실을 감안, 문예진흥기금 등을 통해 작가 원고료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내년부터 문학잡지에 작품을 싣는 작가들에게 시는 편당 10만원, 소설은 원고지 1장에 1만원씩 고료를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고료를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단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에서 발행되는 175종의 문예지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지원대상 10종을 골라내겠다는 건지, 결과적으로 코드가 맞는 작가들만 선별지원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문학작품은 대부분 가난과 고독 속에서 나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가 정부의 원고료 지원으로 쓰여진 작품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돈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뜻있는 이들은 그래서 작가에게 새로운 문물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마련과 창작 및 강연 수입에 대한 세제 혜택, 도서구입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 작가 의료보험 및 노후 연금 제도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아무튼 작가가 정부로부터 직접 원고료를 받는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