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생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구상과 북핵 협상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조선중앙방송이 23일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1922일)에 대해 북-중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은 방중 성과를 바탕으로 모종의 구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리고 이 구상은 경제개혁과 북핵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용천역 폭발사고 후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것도 그런 움직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미 국무부의 이례적 반응=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례적으로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는 우리는 그 사고에서 매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정말 슬픈 일이고 우리는 누구든 다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표시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기자들이 이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나라고 묻자 특별히 제공할 수 있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필요에 대해 도울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북-미 관계의 성격상 이 상황에서 지원이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우리 쪽에서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필요성에 대해 돕는 데 장애물이 없다고 답했다.
인도적 지원과 북핵 협상=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가 이날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보면 바우처 대변인의 반응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릴리 전 대사는 미국이 북한에 솔직한 인도적, 의료적 지원을 제의하고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볼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을 통해 솔직한 대화통로를 갖다 보면 북한이 미국의 요구(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프로그램 해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로부터 먼저 다녀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해 들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폭발사고를 수습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란 남부 밤시()의 지진참사 때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미-이란 관계의 해빙무드가 조성된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주목되는 김정일 구상=폭발사고의 여파는 중국 방문을 마치고 경제개혁에 힘을 불어넣으려는 김 위원장의 국정 운영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용천지역은 신의주와 인접한 물류, 특히 에너지 수급의 중심지인 만큼 당장 경제개혁의 동력 마련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신의주 특구 구상에도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문을 앞두고 양빈() 전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의 랴오닝성 허란춘 화훼단지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의주 특구 재가동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결국 단순한 폭발사고 수습에 그치지 않고 방중 결과와 경제개혁 추진까지 감안한 구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