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른바 실용주의파가 개혁우선론자들에게 완승을 거뒀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시대의 흐름으로 보나 우리가 처한 현실로 보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혁은 해야 한다. 이념 논쟁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선후와 완급이 있게 마련이다. 집권 여당이라면 극심한 경제 불안과 사회 갈등 속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개혁은 국민적 합의를 구하면서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다.
분임토의에서 일부 젊은 의원들은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위해 보안법 개폐, 이라크 파병 철회, 사회 개혁 등과 같은 이념성 개혁 이슈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차별성은 개혁 경쟁보다 누가 더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는 민생 경쟁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 이 점에서 실용은 개혁을 못한다거나, 개혁은 진보와 같다거나 하는 인식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정동영 의장의 발언은 평가할 만하다.
실용노선은 말보다 행동으로 구현돼야 한다. 다음달 개원하는 17대 국회는 이를 입증할 첫 번째 기회여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개원하자마자 화급을 다투는 50여개 경제 민생 법안들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이 중 공정거래법 기금관리법 국민연금법 전자금융거래법 채무자 회생법 등 많은 법안들은 16대 국회에서 벌써 처리됐어야 될 법안들이다.
공허하게 비칠 수 있는 이념과 개혁논쟁에서 벗어나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들 법안들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을 때 국민은 집권 여당으로서 열린우리당의 실용노선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