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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16곳만 매각

Posted May. 05, 20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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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란싱()그룹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고 대우종합기계 노조가 자사인수 전에 뛰어들면서 워크아웃 기업의 주인 찾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권단은 기업의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대주주나 채권자로 남아 있으면서 장기간에 걸쳐 빌려주었던 채권을 회수하거나 기업을 새 주인에게 파는 선택을 해야 한다.

기업을 팔면 채권을 확실하게 회수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것처럼 새 주인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우리은행 이순우() 부행장은 새 주인을 고를 때는 제값을 치를 만큼 돈이 있는지와 기업을 잘 키워갈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동시에 따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이 있는 쪽은 능력이 없고 능력이 있으면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채권단 실무자들의 고민이다.

올해 1월 CJ컨소시엄에 인수된 신동방은 2001년 롯데삼강, 2003년 동원컨소시엄이 각각 인수를 추진했다가 주머니 사정 등의 이유로 막판에 포기했다.

하나은행 이남용() 기업개선본부장은 채권단과 인수 희망자, 회사 직원 등 3자의 뜻이 다 잘 맞아야 좋은 매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직원들은 매각 이후 고용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펀드 등을 가급적 배제하고 고용승계를 중요한 매각 조건으로 제시한다.

채권단이 대주주인 35개 기업 가운데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새 주인을 찾은 16개 회사는 매우 성공적인 경우다.

16개 기업 모두 국내 자본에 인수됐다. 8개는 동일 업종의 단일 회사에, 8개는 동일 업종 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강원산업이 2000년 3월 INI스틸(옛 인천제철)에 인수됐고 건설업체 가운데 가장 빨리 워크아웃을 졸업한 남광토건은 부동산 개발회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팔렸다.

매각 방식으로는 주식인수가 10개사로 가장 많고 주식-부채인수, 자산-부채인수, 유상증자 및 회사채 인수 방식 등이 사용됐다.

한편 벽산건설은 올해 4월 옛 대주주인 김희철() 벽산 회장에게 인수돼 16개 기업 가운데 부실기업 경영주가 경영권을 회복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됐다.

이어 장치혁() 전 고합 회장과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도 각각 KP케미칼과 한보철강의 경영권 회복을 시도해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벽산 김 회장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이 부행장은 김 회장은 본인이 아닌 동생의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고 채권단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1093억원을 들여 액면가보다 많은 주당 5657원에 벽산건설 주식 1932만여주를 사들였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4일 대우종합기계 사무 생산직 노조의 인수전 참여를 허용하고 입찰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노조는 노사관계 안정 등 노조가 회사를 인수한 뒤 장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충분한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가졌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