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노선과 당 견인론을 앞세운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당 안팎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및 정부, 여야관계, 당내 주류-비주류간 새로운 관계 형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천 대표가 자신의 경선공약 실천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당 안팎의 정치주체들과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당-청, 당-정 관계=천 대표의 당 견인론은 뿌리가 깊다. 천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창당되기 전인 지난해 8월 신당이 여당이 돼야 하는지, 야당이 돼야 하는지 고민이다. 여당이 돼서도 안 되고, 비판하는 야당이 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를) 견인하는 당이 돼야 한다. 국정 운영의 비전을 내놓고 노무현() 정부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원내대표 경선 다음날인 12일 열린 재정경제부 당정회의에서 천 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의장이 강하게 재경부를 질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견인론은 천 대표의 정치철학에 가깝다. 당장 긴장 관계로 발전하진 않겠지만 친정체제 강화를 모색 중인 청와대측의 인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따라서 여권 대선주자군의 입각을 종용하면서 대리인(문희상 정치특보)을 통해 당-정 조율에 나서려던 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청와대가 천 대표보다는 이해찬() 의원이 원내 대표가 되는 것을 선호했다는 설이 나도는 것도 비타협적 성향의 천 의원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러나 천 의원의 한 핵심측근은 주례회동의 정례화를 통해 많은 대화가 오갈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천 대표는 시각차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야 관계=천 대표는 민생과 개혁의 병행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민생은 민생대로 챙기면서 여당이 힘이 있을 때 언론개혁, 국가보안법 등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동영() 의장의 개혁 우선순위론이나 한나라당의 민생 우선론과도 분명 차이가 있다. 여야관계가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직제가 폐지되는 것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야가 정면 대결할 경우 막후교섭에 나설 청와대 창구가 없어 중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 역시 민생 우선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민생론자인 김혁규() 대통령경제특보의 총리기용 의지나,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난 인사들의 전언을 감안해 보면 천 대표가 개혁전선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여야관계는 물론 여권내부에 첨예한 논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당내 주류-비주류=아직 주류-비주류간의 경계선이 명확지는 않지만 이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었던 72명에 대한 포용여부도 당내 역학관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상당수 중진들이 천 의원보다는 이 의원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당 중진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예상되고 있다.
천 의원은 11일 계파는 없다고 단언했고, 그의 한 측근도 상임위원장, 상임위원 배치과정에서 공정성, 투명성이 뭔지를 보여 주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천 대표가 국회직 인선과정에서 선수()보다는 능력 중심의 배치 원칙을 분명히 하고 나섬으로써 상임위원장 배분을 기대하고 있는 중진 의원들과의 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천 대표는 상임위원장의 경우 낙하산식 낙점이 아닌 상임위원들의 호선()에 의해 선출되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