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협력적 자주국방 실체는 무엇인가

Posted May. 20, 2004 22:19,   

ENGLISH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주한미군 재조정은 예견돼 온 것이므로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협력적 자주국방체계의 조기 구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발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진정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서 주한미군은 주일()미군보다 떨어지는 1.5등급 또는 2등급 기지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에 배치돼 있는 미 육군 2만8000명 중 1000명만 남기고 모두 철수시키는 방안이 포함된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도 공개됐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일이 애초에 알려진 것처럼 이라크의 다급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최근 진행돼 온 상황이 과연 협력적이었는지부터 의문이다. 지난해 이미 감축 가능성을 통보받아 놓고 그동안 쉬쉬하다가 차출에 동의하는 것이 미국과의 협력적인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협력적 자주국방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갖춰야 한다. 자주국방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고, 한국군 전력증강과 미군감축 일정이 맞물려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하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전력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그런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면 지금은 그 일부라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때다. 그러지 않고 협력적 자주국방 할 테니 안심하라고만 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