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분식회계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개인투자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회계부정에 개입한 임원들의 민사상 책임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관련 소송=이 사건은 대우그룹이 1997년 이후 3년간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해외부채 누락 등의 방법으로 총 49조900억원을 분식회계하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10조원을 불법 대출받은 사건.
2000년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2001년 2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대우통신 등 5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소액투자자들의 소송이 줄을 이었다.
2000년 10월 소액주주 524명이 계열사와 임원, 2개 회계법인을 상대로 6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청구금액 191억원)을 냈다. 이에 앞서 1999년 참여연대가 소액주주들을 모아 김 전 회장을 상대로 240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로 재판이 연기된 상태.
2002년 9월에는 예금보험공사의 조사 결과 김 전 회장과 전현직 임원 49명, 4개 회계법인이 대우 계열사에 4조2697억원의 손해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따라서 예보는 이들 회사에 대한 채권 금융회사에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라고 통보,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재 대우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일반 투자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대략 4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청구금액은 6000억원 규모. 이 중 몇몇 사건은 1심에서 일부 원고승소 판결이 났다.
소송 전망=이번 판결을 계기로 민사소송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대법원 확정 판결만을 남겨 놓고 있기 때문.
또 민사소송 과정에서 대우측이 부실 공시에 따른 손해배상 산정 방법을 규정한 증권거래법 186조 5항에 대해 제기한 위헌제청심판 사건도 지난해 12월 합헌 결정이 나 재판의 장애요인이 대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금융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승소 판결을 받아낸다고 하더라도 손해의 원상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대우그룹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이미 폐업했고 대우그룹 소속 기업들 역시 분할 등을 통해 책임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소된 대우 전현직 임원들은 항소심에서 24조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에도 이들의 지급능력을 감안할 때 배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