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법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라는 법적 체계 아래 진행되고 있고 이를 저지하려는 노력도 역시 법적 대응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국민의 추인으로 볼 수 있나=행정수도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국민이 행정수도 이전을 승인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견해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법학자와 법조인이 반박 의견을 제시했다. 허영(헌법학) 명지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의 공약은 여러 가지 많은 사항이 함께 있는 것이며 행정수도 공약은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검증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투표가 필요한가=국민투표는 국민이 국가의 의사 형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 정부와 여당은 헌법이 수도를 서울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법률을 제정해 행정수도를 이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별도의 국민투표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허 교수는 수도와 같은 국가의 중요한 상징물을 변경할 때는 반드시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조치법 제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여론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학자 C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전문가와 이해 관계자가 진지하게 모여 토론과 협의를 했어야 하는데 대선 공약으로 논의가 시작되는 바람에 왜곡됐다며 참여민주주의에 가장 충실해야 할 논의 대상이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교수는 법률적 정당성을 따지자면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법 제정 과정에서 야당과 충분히 논의를 했고 여야가 동의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법적 요건 구비 문제=허 교수는 수도 이전에 관한 모법()이 없는 상태에서 일종의 절차법으로 볼 수 있는 특별조치법만 가지고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특별조치법으로 몇 개 행정부서만 옮겨간다면 모를까 사실상의 수도 이전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또 특조법 제3조에 보면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법의 이런 부분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이 문제는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과 관련돼있다. 헌법재판소법은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만이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허 교수는 수도 시민으로서의 혜택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재산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교수와 대한변호사협회 김갑배() 법제이사도 같은 견해.
하지만 행정수도가 이전될 경우 많은 사람들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주거이전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건국대 임지봉(헌법학) 교수는 직접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서울시민들에게 자기방어의 기회도 주지 않은 만큼 적법절차 위배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