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성욕을 통제하는 걸 더 어려워하는 반면 여자는 식욕억제를 더 힘들어한다. 미국 웨슬리안대 심리학 교수 칼 샤이베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에 대한 남녀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둘 다 생존과 종족보존에 필수적이지만 중요성에선 남녀가 좀 다르다. 권력을 지향하는 남자는 성 역시 권력행사의 일종으로 파악한다. 반면 수렵채집시대부터 먹을 것을 사냥해주는 남자한테 간택돼야 했던 여자에겐 매력적 외모가 중요했다. 몸매에 대한 여자들의 강박관념은 여기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비만에 대해 남녀의 반응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조사를 보면, 비만 남성의 절반이 난 뚱뚱하지 않다고 했지만 여성은 실제 뚱뚱한 사람(16.5%)보다 많은 이(22.1%)가 자신이 살쪘다고 답했다. 외모가 여성 생존의 필수조건처럼 간주되는 사회적 압박 탓에 모델같은 몸매를 선망해서다. 뚱뚱하면 암 당뇨 고혈압 등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지만 여성은 되레 살 빼려다 죽거나 건강을 해치는 수가 많을 것 같다. 식욕도 못 참는 자신의 의지력 부족과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비만을 식욕억제라는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미국의 진보지방()승인국가협회(NAAFA)란 단체는 몸무게를 조절하는 건 다이어트가 아닌 유전자라며 죄 없는 개인을 못살게 굴지 말라고 외친다. 패스트푸드와 거대 식품회사의 탐욕스러운 상술을 비판하는 소리도 높다. 자꾸 먹고 싶고 기분도 좋게 해주는 설탕과 지방을 잔뜩 넣기 때문이다. 음식조절과 운동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빈곤계층에 비만인구가 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면서 비만은 정치적 문제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울산대 의대 이기업 교수가 알파리포산이라는 체내 식욕억제 물질을 세계최초로 발견했다. 식욕을 이기지 못해 몸무게와의 전쟁에서 백전백패하고, 이 때문에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사회불만을 터뜨리던 여성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체중조절이 건강과 미모와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면 나쁠 것도 없다. 이르면 2년 후 획기적인 비만치료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니 이것으로 비만 고민과 논쟁이 종식됐으면 좋겠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