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18층 이상 고층건물은 현재 3700채에 달합니다. 이는 일본 전역의 18층 이상 건물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입니다. 상하이 도심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시정부 관계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일례로 푸둥()국제공항과 상하이 시내를 잇는 자기부상열차를 타 본 한국 기자들이 모두 감탄했을 정도니까. 2002년 12월 말에 개통한 이 열차는 최고 시속 430km로 30km를 단 7분에 주파한다.
최근 한국 기자 10명이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베이징() 지린()성 등을 둘러보고 왔다. 그중 중국의 변화를 가장 실감나게 느끼게 한 곳은 역시 상하이였다. 곳곳에 솟은 마천루는 천지개벽()이 됐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심각한 전력난에도 밤에 빈 사무실의 불을 켜 놓는 과시성 행정, 대륙 각 지역에서 상하이로 이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종합소질평가제도 등에선 여전히 국가통제의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다. 한마디로 상하이는 새 것과 옛 것,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시장과 국가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장래에 대해선 보는 이마다 시각이 다르다. 베이징에서 만난 김하중 주중()대사는 중국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지만 이에 한국이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어느 민족보다도 중국인과 화합이 잘 되는 한국인의 특성을 살린다면 중국의 성장에서 실리를 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상하이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상황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근로자 임금에, 근로조건 조정과 해고까지 자유로운 노동시장만 봐도 두 나라간 기업 여건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 잡아도 1시간 이상이다. 상하이의 7분에 비하면 10배 정도 더 걸린다. 혹시라도 이 차이가 앞으로 두 나라간 경제발전의 격차를 비교하는 예로 즐겨 인용되지 않을까 두렵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이젠 정말 모두들 정신 차려야 한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